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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인류애가 제로가 되었다' 독서후기

by ㅛㅜ 2026. 6. 24.

책소개

제목 : 인류애가 제로가 되었다.

작가 : 오누이, 정현욱, 김지원, 황모과, 배명은

장르 : 소설

 

제목만 보고선 사람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인가 싶어 관심을 가졌는데 읽어보니 단편 SF소설이었다.

상상력이 뛰어나지 않아 머릿속에서 그리기 힘든 SF는 선호하는 장르는 아니고 단편 또한 짧은 구성에서 메시지를 발췌하기 어려워 선호하지 않는 장르다. 그런 비호가 모인 집합인데도 재밌게 읽었다.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한지 오누이 작가의 'D-1'은 이미 미국에서 드라마로 제작 중일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고 나 또한 기대 중이다. (제발 넷플릭스에 올라오길...)

 

읽으면서

이 책에서 기억나는 작품은 위에서 잠깐 얘기한 'D-1'과 '사람도 아닌데'였다.

첫 번째로 오누이 작가의 'D-1'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내일이 없는 세상의 얘기다. 오전 4시만 되면 세상은 어제로 돌아간다. 신체적, 물리적, 공학적 만물이 어제 오전 4시로 돌아간다. 단 하나 인간의 기억만 제외하고,

오늘 다쳤더라도 아니 죽었더라도 오전 4시만 되면 어제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이런 이상현상은 예고도 없었으니 기한도 없이 반복되고, 사람들 또한 처음에는 살인, 약탈 같은 범죄의 온상에서 점점 정상적인 세상으로 복귀 됐을 때를 대비하여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등 행동양상이 바뀌기도 한다. 그러다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하게 되고,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과 현재에 머물고 싶은 사람들 이렇게 두 집단으로 나뉜다.

 

책을 덮고 나서 생각해 봤다. 작가는 왜 만물이 어제로 돌아가게 했으면서 인간의 기억만은 누적되게 만들었을까?

내 생각에는 죽음과 영생 중 어떤 쪽을 선택할지 그리고 영생을 얻는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보란 의도로 받아들였다.

난 행복의 역치가 낮아서 그런가 딱히 지금과는 크게 다른 삶을 택하진 않을 거 같았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토바이나 슈퍼카를 타고 최대 속도로 달려보기, 스카이 다이빙 같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활동들을 최대한 즐겨볼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생각만 해도 군침이 싹)

 

두 번째 김지원 작가의 '사람도 아닌데'는 Ai와의 연애 얘기다.

주인공은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진행하고 있고 외도 상대는 Ai 휴머노이 로봇이다. 차라리 사람이었으면 이해라도 하지 로봇과 외도라니 주인공은 복잡한 심경을 변호사에게 토로하며 한풀이한다. 사람을 자주 상대하는 변호사라 그런가 주인공 상황에 공감하며 위로해 주는 모습에 주인공은 호감을 느끼게 되지만 얼추 예상하다시피 변호사도 로봇이었다는 결말이다.

'타인과 교류하는 감정과 나를 분석한 알고리즘의 일방적 출력을 동일하게 볼 수 있냐'가 작가의 메시지라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호감 있는 상대와 친해지기 위해 제일 먼저 하는 게 상대방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탐색하는 일인데 이것이 알고리즘과 무엇이 다르며, 감정의 영역에서 본다면 만약 나는 비선호 음식인데 상대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같이 먹고 '맛있다'라고 하얀 거짓말을 한다면 이건 내 솔직한 감정에 위배되는 출력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사람이란 동물은 주위 환경에 취약하고 매 순간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는 동물이라 '배신'이라는 영역이 존재하는데 비해 Ai는 그런 점에 선 오히려 사람보다 더 안전한 존재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최근 ChatGPT, Gemini 등의 발달로 많은 사람들이 'Ai 없이 어떻게 살았나' 싶을 만큼 필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으며 Ai 관련 서적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나는 보통 책을 읽으며 어떤 분야의 통계나 다른 나라의 문화나 분위기 등이 궁금할 때, 주로 학습을 위한 도구로 쓰고 있지만 꽤 멀지 않은 과거에 알게 된 건 사람들이 감정적인 공감이나 위로가 필요할 때 Ai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비밀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는 싶을 때 발설의 위험도 없고 나 외의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한다.

잊고 있었는데 글을 쓰다 보니 나 또한 헤어졌을 때나 논리보단 감정을 헤아려야 하는 자리가 있었을 때 위의 얘기가 생각나 Ai에게 질문해 본 적이 있었는데 Ai 주제에 인간의 감정선을 읽는 능력과 대화의 맥을 짚는 게 나보다 뛰어난 것에 감탄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면 어쩌면 타인보다 본인에게 더 행복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읽고나서

두 편의 단편이 특히나 재밌었던 건 'D-1'은 실현될 리 없는 말 그대로의 SF소설이라면 '사람도 아닌데'는 근 시일 내로 실현될 수도 있는 어쩌면 소설이 아닌 다큐가 될 수 있는 소재여서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있어 두 단편의 케미가 맞았던 것 같다.

 

다른 얘기지만 원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유명한 저서 '노르웨이의 숲'의 독서후기를 올리려고 내정해 놓았었다.

그런데 책 자체는 술술 잘 읽히는데 비해 책을 덮고 나서 작가의 의도가 나에게는 와닿지 않아 아웃풋을 내기 힘든 책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독서모임의 정모책이라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눴지만 그 자리에서도 책 안에서 숨겨진 상징이나 새로운 의견을 찾진 못했고 인터넷에서도 추상적인 내용들 밖에 없어서 지금의 책으로 방향을 틀었다.

막연히 머릿속에만 있던 추상적인 요소들을 또 어떻게 써야 하나 귀찮음과 짜증이 올라왔고 '굳이 한 달에 한 번 쓸 필요 있을까'란 생각도 났지만 글로 옮기면서 추상적이던 줄거리가 좀 더 명확해졌고 다른 책들에 비해 빠르게 진행된 글쓰기에 오랜만에 긴 시간 집중도 해서 하루키 형님에겐 미안하지만 책을 바꾸길 잘했다고 생각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