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제목 : 오만과 선량
작가 : 츠지무라 미즈키
장르 : 소설
30대가 되면서 생기는 관심사 중 하나는 결혼이 아닐까 한다.
난 20대에는 인간관계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고 결혼관 또한 비혼주의까진 아니더라도 '꼭 해야 한다'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몇 번의 연애를 통해 이성과의 깊은 교감을 나눈 경험이 생기며 인간은 확실히 사회적 동물이란 것을 깨달았고 결혼에 대한 시각 또한 조금씩 바뀌어서 이제는 '결혼은 하는 게 맞는 것 같다.'에 도달했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교제에 대한 무게감도 달라지면서 이상형을 생각하는 대신 '이것만은 안된다.'란 과락형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인사이트를 얻었으나 어느 순간 이상형과 과락형 둘 다를 생각하는, 오히려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나를 발견하며 '아무래도 결혼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 이 책을 만났다.
주인공은 어느정도 경제력도 있고 외모도 괜찮아 이성들의 호감을 어렵지 않게 살 수 있는 30대 후반이다.
30대 초반까지 같이 재밌게 놀던 친구들이 하나 둘 가정이 생기자 약간의 조바심을 느끼며 여러 모임활동을 하며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났다. 하지만 2년이라는 시간을 끌만큼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갖지 못하다가 실종된 여자친구의 자취를 찾으면서 여자친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는 내용이다.
읽으면서
책을 읽으며 주인공에게 이입과 공감을 한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34살인 지금, 결혼적령기이며 어쩌면 조금은 늦은 느낌도 드는, 슬슬 주변 친구들에게 청첩장을 받는 시기
과거에는 주로 '상대방은 어떠했으면 좋겠다.'라고 상대방에 대한 나의 요구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그런 나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사람에게 '난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생각은 나름 성숙해지고 합리적으로 가고 있지만 문제는 항상 행동과 일치시키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만하면 괜찮은 사람이지 않나' 싶다가도 '좀 더 괜찮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오만함, 그 오만함에 대해 이 책은 조명하고 있다.
오하라를 통해 속속들이 아는 유부남 친구들과 만날 때마다 그들에게 "왜 결혼해야겠다고 다짐했어?"하고 참고 삼아 물었다. 누군가 등이라도 떠밀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어볼 때마다 그들은 "그냥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갔어" 혹은 "너도 빨리해"하고 격려를 받았지만 76p
결혼하는 인연들에게 '특별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란 생각으로 물어보면 항상 책과 비슷한 답변들이 돌아온게 너무 공감 갔다.
결혼에 대한 복잡한 마음과 혹시나 미래에 후회될 땐 남 탓이라도 할 수 있게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역설적으로 자신이 모든 책임져야 하는 걸 알아 회피도 할 수 없는, 그리고 내가 고민하는 사이 '상대는 당연히 기다려주지 않을까'란 오만하게 생각하는 심정이 공감됐다.
자신의 가치를 낮게 책정하여 상대의 마음을 고맙게 받아들이는,
.
.
.
자신의 능력치 중 가장 높은 값이 아닌 오히려 가장 낮은 값을 기준으로 상대를 바라본다. 188p
저 문구를 본 순간 법정스님이 한 말이 떠올랐다.
"서로 줄 생각을 해야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서로가 서로에게 받을 생각만 하면 그 결혼생활이 행복할 수 있겠냐"였다.
그래서 결혼생활에 필요한 가장 큰 덕목은 '희생'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런 생각이 드는 사람을 만나려면 '나보다 나은 사람을 만나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했고 객관적으로 나보다 나은 사람이 굳이 날 만날 만큼의 매력을 내가 갖고 있을까란 생각으로 이어졌는데 발상의 전환을 깨트리는 문구였다.
희생이란 단어가 사실 평상시에 쉽게 느낄 수 있는 단어가 아닌데 내 능력치 항목 중 고점보다 저점을 생각하여 그걸 품어주는 상대에게 감사함을 느낀다면 '희생이란 단어가 조금은 가까워지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상대의 좋은 점이 아닌 나쁜 점, 다시 말해 선택하지 않을 이유를 도리어 열심히 찾는 일이 가케루의 결혼 활동에서 자주 있었다. 그것이 오만했다는 것을 지금은 잘 알지만 가케루가 다시 결혼 활동을 한다 해도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자신도 없었다. 210p
약속장소에 지나가다가는 사고 싶은 옷이나 신발들은 많지만 각 잡고 쇼핑하러 가면 이상하게 맘에 꼭 드는 물건들을 찾기가 어려운 이치 같다. 장점보다는 이상하게 단점이 크게 부각되어, 선택의 순간에 더 나은 선택지가 있지 않을까 비교하게 되고 어쩌면 회피하고 싶은 심리 그런 생각이 결혼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한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손해 보는 느낌, 이런 마음으로 교제를 하면 서로에게 상처뿐인 관계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읽고나서
나는 결혼에 대해 '상대에게 확신이 생겨야 한다'는 마치 면접관 같은 태도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상대방도 '다른 선택권을 가진 면접자'란 동등하고 자유로운 위치란 걸 자각하게 됐다.
내가 상대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신중이라는 포장지를 두를 때 오히려 상대가 멀어질 수 있단 걸 주인공을 통해 느꼈다.
작가는 결혼에 대해 영화같이 운명적인 사랑보다는 어떤 마음가짐과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봐야 하는지, 감정보단 기술적인 면을 보여줌으로써 흐렸던 나의 결혼관을 교정해 줬다.
'책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독서후기 (0) | 2026.01.07 |
|---|---|
| '어긋나는 대화와 어느 과거에 관하여' 독서후기 (3) | 2025.12.18 |
| 구병모 장편소설 '네 이웃의 식탁' 독서후기 (0) | 2025.09.20 |
| 위화 장편소설 '인생' 독서후기 (0) | 2025.09.10 |
| '아름다운 소녀들의 수직사회' 독서후기 (0) | 2025.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