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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장강명 장편소설 '표백' 독서후기

by ㅛㅜ 2025. 4. 12.
 
표백
제16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장강명의 장편소설 『표백』. 젊은 세대들이 자살하는 세태를 다루면서, 우리 시대 청춘들의 잔인한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모든 틀이 이미 다 짜여 있는 세상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된 오늘날의 젊은 세대를 '표백 세대'라 부르며, 그들의 삶과 일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군대를 갔다 온 복학생인 '나'는 취업 선배들과의 대화 행사 뒤풀이 후에 세연, 휘영, 병권, 추 등과 어울리게 된다. 자살을 준비해온 세연은 친구들
저자
장강명
출판
한겨레출판사
출판일
2011.07.22

 

책소개

독서모임에서 지정독서로 선정된 책이다.

주인공 '세연'은 모종의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결심을 한다. 그리고 그 계획을 그 친구들(이라고 해야 할지 추종자들이라고 해야 할지) 에게 알려주며 뜻을 함께 해주길 바랐고 친구들도 동조한다.

얼마 후 세연은 실제로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그 친구들도 하나 둘 같은 선택을 하기 시작한다.

 

읽으면서

초반부와 중반부까지 읽었을때 들었던 생각은 '중2병도 제 나이에 오면 축복이구나'라고 생각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가장 완전한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어 본인이 무엇인가를 바꿀 수 없는 상태, 바꿀 의지마저 꺾이는 상태로

평범한 사람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세상일 수 있지만 본인처럼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싶어 하는 사람은 좌절을 맛볼 수밖에 없는

'위대한 좌절을 경험하는 세대'라고 이야기한다.

 

우리 자신이 품고 있던 질문들을 재빨리 정담으로 대체하는 거야. 누가 빨리 책에서 정답을 읽어서
체화하느냐의 싸움이지 . 나는 그 과정을 '표백'이라고 불러 78p

 

이미 세상에는 정답이 다 정해져 있고 그 정답만 쫓아갈 수밖에 없다고 세연은 이야기한다.

평생을 큰 야망없이 살아온 나로선 '뭐 얼마나 대단한 걸 원하는지도 와닿지 않고 자신은 남들과는 다른 사람이라고만 외치는 꼴이 딱 중2병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라고 생각했고 작가는 이 캐릭터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도 잘 모르겠었다.

 

그렇게 후반부에 접어드며 작가는 이 책으로 말하고 싶었던 건 오히려 평범함을 얘기하고 싶어한 것 같다.

 

모든 사람이 위대한 일을 할 필요는 없다는 거야 297p

 

작가는 휘영의 입으로 평범함을 역설하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이 큰 뜻을 품지 않아도 된다고 그냥, 소소한 만족으로 살아가도 시시한 것이 아니라고

 

가끔씩 사람들이 나에게 "넌 삶의 목표가 무엇이냐"라고 물었을 때면 난 항상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표다. 물욕이 없어서 많은 돈은 굳이 필요하지 않고 활동적인 걸 좋아해 꾸준히 운동하면서 성취감을 느낄 때 행복하다 "라고 얘기하면 뭔가 너무 소소한가 싶은 느낌이 들었다. 적어도 큰 돈을 벌어 파이어족이 된다거나 하는 정도의 목표는 가져야 하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예로부터 노예 계급은 어느 시대에서나 있었고 과거엔 물리적으로 구속되었다면 지금은 돈으로 구속당한다고 생각하고

그 계층을 뛰어넘는게 대단한 것이지 내가 별 볼일 없는 건 아니다'라고 생각하지만 언 듯 '내가 너무 처음부터 안된다고 생각하나?'라고 반문할 때가 종종 있었고 큰 목표가 없다는 게 작아 보였었는데 그런 생각들을 작가가 위로하는 느낌이 들었다.

 

읽고나서

작가는 이 책에서 크게 아래와 같은 것 같다.

1. 큰 야망을 갖지 않아도 괜찮다.

  - 위에서 대부분 얘기했으므로 크게 더 할 말이 없다.

 

2. 시대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다르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시대였다. 335p

 

 

  - 큰 뜻에서 1번과는 다르지 않지만 좀 덧 붙이자면 몇 년 전 사이코 패스 살인마를 보며 '저런 인간들은 대체 왜 생겨났을까'를 고민해 보다 내가 내린 결론은 사이코 패스를 포함한 모든 인간은 다 필요하다. 다만 시대를 잘못 타고나 빛을 발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지금처럼 평화로운 시대에선 공감, 감수성 등이 좀 더 환영받는 시대이고 과거 전쟁이 활발했던 시대에선 눈 똑바로 뜨고 적의 목을 벨 수 있는 사이코 패스 같은 좀 더 공격성이 강한 성격이 환영받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시대에 따라 필요한 성격이 다르다를 말하는 것일 뿐 범죄 자체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얘기가 길어졌지만 오늘날 뭔가 크게 하고 싶은 게 없다든가, 내가 잘하는 혹은 자신 있는 일이 아쉽게 수요가 적다면 쓸모없는 능력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지금은 아니라도 분명 그 능력이 필요한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좀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